하.경.삶

그리스도는 무덤에 얼마나 오래 머물러 있었는가? 본문

疎通 2 (with YHWH)/Grasping His Story

그리스도는 무덤에 얼마나 오래 머물러 있었는가?

에제르 2009. 6. 13. 18:52

“안식일이 다 지나고 안식 후 첫날이 되려는 새벽에 막달라 마리아와 다른 마리아가 무덤을 보려고 나갔더니”(마 28:1)

“안식 후 첫날 일찍이 아직 어두울 때에 막달라 마리아가 무덤에 와서 돌이 무덤에서 옮겨진 것을 보고”(요 20:1)


예수 그리스도가 무덤에 있었던 시간이 실제로 얼마나 되느냐 하는 것은 복음서를 읽는 모든 사람의 관심거리이다. 먼저 생각할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예언이나 사도들의 증언이 죽은 지 삼일 째 되던 날의 부활을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마 16:21, 행 10:40). 둘째로, 그리스도가 죽어 매장된 날은 유월절 예비일이면서 안식일이 시작되는 날 곧 금요일이었다(마 27:62, 막 15:42, 눅 23:54). 또 한 가지 생각할 점은 유대인의 관습에서 하루의 시작은 저녁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에서 상투적으로 쓰이는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째 날이니라’(창 1:5,8,13,19,23,31)를 통해 확인된다. 예컨대 안식일은 금요일 저녁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유대인들이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형을 받았던 사람들의 시신을 빨리 치워달라고 빌라도에게 요구했던 이유나 제자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장례를 그렇게 서둘렀던 이유도 유월절이 시작되는 안식일을 범하지 않기 위해서였다(요 19:31-42). 만약에 안식일이 그리스도가 처형된 다음 날 토요일 아침부터 시작되는 것이라면 그렇게 서두를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학자들에 의하면 유월절 무렵 해지는 시각은 요즘 시간으로 저녁 7시 경이었다고 한다.


예수 그리스도가 무덤에 있었던 시간을 계산하는데 결정적인 단서는 증인들의 빈 무덤 목격시점이다. 헬라어 성경 마 28:1에 대한 대부분의 영어성경과 한글성경 번역은 마치 증인들이 일요일 새벽에 무덤을 찾았던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그것은 ‘안식일이 다 지나고’와 ‘안식 후 첫날이 되려는 새벽에’라는 헬라어 본문에 대한 해석 때문이다. 우선 헬라어 본문을 직역하자면 ‘안식일이 지나 한 주간을 향한 빛에’가 된다. 저명한 학자 그린츠(Jehoshua M. Grintz)에 의하면 ‘안식일이 지나고’라는 헬라화 된 히브리어 표현은 ‘안식일을 벗어나(베모짜에이 샤밧 במוצאי שבת)’이다. 그것은 안식일이 끝난 직후를 의미한다. 그리고 ‘한 주간을 향한 빛에(오르 레에하드 샤밧 אור לאחד שבת)’는 아름다운 히브리어 숙어적 표현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샤밧이 안식일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한 주간(week)을 의미하기도 하며, 빛을 의미하는 ‘오르(אור)’는 ‘밤’과 동의어로 사용된다는 것이다.1) 예컨대 “내가 빛을 본다”라고 말하면 하루의 시작인 저녁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경우를 랍비 문서에서 볼 수 있는데, 유월절 14일 밤을 가리킬 때 빛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을 들 수 있다.2) 그러니까 ‘한 주간을 향한 빛에’는 ‘한 주간이 시작되는 저녁에’의 의미인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막달라 마리아와 다른 마리아가 예수 그리스도의 무덤을 찾은 시간은 안식일이 끝난 시각 즉, 토요일 저녁이 된다. 요한복음에서 ‘안식 후 첫 날 일찍이 아직 어두울 때에’라고 묘사한 것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해준다. 그런데 한 주간을 시작하는 시점이 일요일 아침이 아니라 토요일 저녁을 가리킨다는 것은 사도행전에서도 발견된다. 사도 바울이 ‘그 주간의 첫날’에 드로아의 제자들을 모아놓고 강론을 시작한 시점은 저녁이었던 것이다(행 20:7).


그린츠의 해석은 예수 그리스도의 시신에 바를 향유를 가지고 무덤에 갔던 여인들의 행동과 일치한다.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가 처형되었던 금요일 저녁, 안식일이 시작되기 전에 끝내려고 장례가 간소하게 치러진 것을 몹시 아쉬워했었다. 그리고 안식일이 끝나면 바로 사용하기 위해 미리 향품과 향유를 사두었다(눅 23:55-56). 그들은 안식일이 끝난 다음날 아침-일요일 아침이 밝도록 한가하게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그리스도의 시신이 부패하는 것을 막아야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식일이 끝나자마자 바로 무덤으로 달려갔을 것이다. 심지어 그들은 누군가가 무덤 입구의 돌을 치워줘야 들어갈 수 있다는 것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스도의 시신에 빨리 향유를 발라야 한다는 오직 한 가지 생각에만 골몰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이 무덤에 도착했을 때 이미 그곳은 비어있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는 안식일이 끝난 직후 토요일 저녁에 부활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따라서 그리스도가 실제로 무덤에 있었던 시간은 24시간을 조금 넘긴 정도이다. 그러나 날짜로 따져보면 사흘이 된다.


- 이 글은 예슈아 성서연구원(www.yeshuabible.com) 대표 김인철 목사님의 칼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