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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 석의 방법 본문
구약 석의 방법
건국대학교 최명덕 교수
구약 성서를 석의하고자 할 때 우리는 많은 장애물을 만나게 된다. 구약 성서가 수 천년 전에 이스라엘 백성에게 쓰인 책이기 때문이다.
1. 본문을 결정하라.
석의를 하기 전에 제일 먼저 할 일은 본문의 단위를 결정하는 일이다. 다루고자 하는 본문의 범위가 뚜렷한 경우가 많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이야기가 어디에서 시작하여 어디에서 끝나는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있다. 본문의 크기와 범위를 옳바르게 정하기 위해서는 본문의 문학적 구조나 모티브 등에 대하여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문학 구조나 수사학 등에 대하여 공부해야 한다. 장, 절에 무조건 의지하지 말라. 장이 바뀐다고 언제나 이야기가 바뀌는 것이 아니다. 장, 절의 구분은 단지 사용자의 편리성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다. 문학 구조나 사고 단위 등에 대한 연구 끝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때때로 하나의 문학 단위 안에 여러 장르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족보, 제의법, 축복문 등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 각각의 장르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또는 한 구절의 성구라도 부분 부분 따로 다루어야 되는 경우도 있다. 각각의 장르나 또는 다른 각각의 사고 단위가 어떻게 전체와 연관을 맺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2. 본문을 감정하라.
본문을 자세히 읽으라(Close Reading). 히브리어 원문을 읽어보라. 여러가지 번역본을 읽어보라. 주석, 성경 사전 등을 읽어보고 본문 이해에 필요한 내용을 파악하라. 1) 파악되어야할 논쟁점은 없는지, 2) 문법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표현이나 구문을 없는지, 3)하나님의 성품이나 사역을 묘사하는 중요한 단어는 없는지, 4) 흔치 않은 표현이나, 비유적인 표현, 말장난(Word Play), 반복, 암시는 없는지, 5) 눈에 띄는 문학 양식, 구조, 형태, 인용은 없는지, 6) 파악해야할 동사 시제, 동사의 법(mood), 명사의 격, 구절 구조 등은 없는지, 7) 본문을 지지하는 모티브나 양식이 이미 본문 이전의 자료에 기초하고 있지는 않은지 등을 살펴본다.
이렇게 본문을 감정하면 다루어야 될 문제들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문제를 알고나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자료들을 조사하고 연구해야 한다. 어떤 자료를 보아야 하는지 파악하고 자료들을 참고하며 문제에 대하여 계속 사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3. 본문을 비평하라.
본문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에 대한 하등 비평(Lower Criticism)과 고등 비평(Higher Criticism)이 필요하다. 하등 비평은 본문 비평(Textual Criticism)이라고도 하며 본문을 학문적으로 결정하는 작업을 가리킨다. 본문이 결정하는 작업은 모든 작업을 선행한다. 표준 텍스트로 사용하는 MT 텍스트는 다른 사본들보다 일반적으로 우월하다고 받아들여지지만 MT 텍스트가 곧 원본은 아니다. 또 어떤 부분은 다른 사본보다 열등한 본문도 적지않다. 그러므로 본문의 범위가 결정된 후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가장 원문에 가까운 텍스트를 확정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수많은 사본 중애서 어떻게 가장 원문에 가까운 본문을 확정할 수 있을까? 학자들은 과학적인 방법으로 본문을 확정한다. 이 과학적인 방법을 가리켜 본문 비평이라고 한다. 고등 비평은 본문과 관련된 저자, 저작년대, 저작 동기, 역사적 환경, 작품의 통일성, 등에 관한 문제를 다룬다. 구약 개론에서 다루는 모든 주제들이 고등 비평의 대상이다.
4. 중요 낱말을 연구하라.
다루고자 하는 본문이 뜻하는 바를 올바로 알기 위해서는 그 본문에서 쓰인 주요 낱말의 뜻을 파악해야 한다. 똑같은 낱말이라 할지라도 글의 전후 문맥에 따라서 다른 의미로 쓰일 수있기 때문에 낱말의 용례를 살펴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낱말은 어떤 어원을 가지고 있는지, 원래 가지고 있는 뜻은 무엇인지, 용례에 따라 어떻게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지, 본문에서는 어떤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지 등을 살펴보아야한다. 낱말 연구가 필요한 단어들로는, 1) 본문 이해를 위해 필수적으로 연구가 필요한 낱말(예를 들어 요나서를 연구하고자 한다면 '후쓰(불쌍히 여기다)'라는 낱말에 대한 철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2) 신학적 중요성을 지닌 성경의 주요 낱말(예를 들어 창세기 6장 8절에서 사용된 '헨(은혜),' 등등. 3) 어렵거나 뜻이 불분명한 단어, 4) 말장난, 동음이어를 이용한 익살 등으로 사용된 단어 등이 있다.
어원에 대한 연구는 어원 학자들이 다루어야 될 특화된 분야의 학문적 훈련을 필요로 한다. 그렇다고 하여서 사전 등에 나타난 어원을 그대로 여과없이 본문 해석에 사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어원을 본문 해석에 사용하고자 하는 경우는 반드시 그 낱말의 용례를 먼저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역사를 통하여 계속 변하는 언어의 특성상 어원과 동떨어진 의미로 또는 전혀 새로운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무엇보다 문맥을 살펴 본문 해석에 어떠한 용례를 적용시킬 것인지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용례가 거의 없는 경우, 또는 전혀 없는 경우, 예를 들어 그 낱말이 성경 전체를 거쳐 단 한번 사용되었을 경우 등은 어원에 대한 연구가 본문 해석에 상당한 도움을 주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할지라도 앞 위 문맥을 살피고 용례를 검토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한다. 이미 결정된 단어의 뜻을 앞 뒤 문맥도 살피지 않고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본문에 대한 심각한 오독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낱말 연구는 해당 낱말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사용되었는가의 용례 연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문맥에 따라 해당 낱말이 어떤 의미로 사용되었는지 용례별로 낱말을 정리하면 해당 낱말의 용례별 의미가 드러난다. 비슷한 상황에서 동일한 저자에 의하여 똑같은 장르에 쓰인 낱말인지, 혹은 다른 저자에 의하여 다른 시대적 상황에서 다른 장르에 쓰인 낱말인지 등을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특정 낱말이 석의하고자하는 본문에서 정확하게 어떤 의미로 사용되었는지 알기 위해서는 그 낱말의 모든 용례들을 연구한 후, 본문의 문맥을 살펴보아 본문에서는 어떠한 용례로 사용되었는지 결정하여야 한다. 이러한 과정없이 단어의 대표적인 의미를 무조건 적용하여 본문을 해석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강해에 대하여 논의할 때 다루어야 될 문제이지만 미리 언급한다면 석의 과정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 낱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였다고 하여도 강해할 때에는 낱말 풀이에 너무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본문 전체의 뜻을 드러내는 한도내에서 낱말 풀이를 활용하여야 한다. 낱말 풀이가 목적이 아니라 본문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드러내는 것이 강해의 일차적 목적인 것을 잊지말라. 석의에는 자세한 낱말 풀이를 포함시켜도 무방하다. 물론 자세한 낱말 풀이가 본문의 뜻을 드러내는데 불가피한 경우는 예외로 한다. 예를 들어 레위기 11장에서 15장을 강해할 경우 '타메(부정한)'에 대한 자세한 낱말 연구가 불가피하다.
5. 수사학적 비평을 적용하라.
저자가 사용한 수사학적 기법을 관찰하라. 문학적 성격, 구조, 장르, 수사법 등에 대한 관찰이 필요하다. 의도적으로 사용된 문학 기법을 이해할 때 저자의 의도를 보다 올바르게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본문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에 대한 문학적 비평이 필수이다. 하나님에 대한 비유적 표현이나 의인화된 표현, 성경 전체에 거쳐 두루 사용되는 예징(Type)과 원예징(Archetype), 이야기, 계시, 예언에 나타난 대화 등은 성경에서 흔히 쓰이는 수사학적 표현이므로 이들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때때로 본문이 속한 장르에 대한 이해가 본문 연구에 큰 도움이 된다. 시, 이야기 등의 일반적 장르 구분보다 보다 세분화된 장르 연구가 요구된다. 이 부분에서는 양식 비평에 대한 이해가 크게 도움된다.
리빙스톤(G. Herbert Livingston))의 저서 The Pentateuch in Its Cultural Environment(문화적 배경에서 본 오경)이 제시하는 문학 양식을 참고하라. 예를 들어 창세기 18장 16절에서 33절은 '중보 이야기'에 속한다. 이 이야기는 1)배경이야기(아브라함의 독백과 아브라함에 대한 하나님의 말씀 포함)(16-22)로 시작하여 2)대화(23-32)와 그리고 3)결론(33)으로 끝을 맺는다. 리빙스톤은 '중보 이야기'의 형식을 출 5:19-6:1; 출 17:1-7; 출 31:18-32:16; 출 32:30-35; 출 33:7-23; 민 11:4-25; 민 12:10-16 등에 나타난 다른 '중보 이야기'와 비교하였다. 이와같이 비슷한 이야기를 비교하면 비슷한 문학 구조와 비슷한 모티브 등이 더욱 선명해지며, 이와같은 작업은 본문 이해에 크게 도움이 된다.
본문의 문학적 분위기나 기조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주제에 대한 저자의 접근 방법은 어떠한지, 지적인 접근인지, 감정적인 접근인지, 저자의 기분은 어떠한지, 청중에게 어떤 반응을 요구하는지, 변론적 성격인지, 감정에 호소하는지 등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이 본문 이해에 크게 도움이 된다.
6. 문법적으로 분석하라.
이야기 글에 나타나는 대화는 특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대부분의 경우 이야기 글에 나타나는 대화는 중요한 내용을 담고있다. 따라서 철저한 문법적 분석이 요구된다. 이야기 글에 시가 들어있을 때는 더우기 중요하다. 이 경우 거의 한 단어 한 단어에 대한 철저한 문법적 분석이 요구된다. 선지서나 시가서의 경우는 거의 한 줄 한 줄 문법적 결정과 구문에 대한 문법적 결단없이 지나칠 수 있는 구절이 없을 정도이다.
주어진 본문에 대한 철저한 문법적 분석은 다른 어떤 작업보다도 중요하다. 하나님의 계시가 글로 쓰여있고 불가불 글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글에 대한 문법적 접근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문법적 분석을 철저하게 하면 할 수록 보다 더 정확한 해석을 얻을 수 있겠기 때문이다. 때때로 어떤 구절은 문법적으로 한가지 해석만 고집할 수 없는 경우를 만나게 된다. 두 세가지 다른 그러나 문법적으로 적법한 해석이 가능한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앞 뒤 문맥(컨텍스트)을 살펴 가장 적합한 해석을 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는 다른 텍스트에서는 그러한 경우 어떻게 쓰였는지 용례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 낱말 연구와 문장 구조에 대한 연구, 문장 전체에 흐르는 분위기 등도 중요하다. 이런한 모든 것들을 종합하여 적법한 문법적 해석 중 어느 것이 그 본문에 가장 적합한지 결정하여야 한다.
많은 노력이 요구되는 작업이고 혹 지루한 작업일지 모르지만 이 과정은 생략될 수 없는 과정이다. 종종 본문에 대한 문법적 분석은 본문 이해에 대한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때때로 한글 성경만 읽어서는 얻을 수 없는 중요한 통찰력을 이 과정을 통하여 얻을 수 있다. 히브리 구문에 나타난 문법적 차이가 한글로 표현되기엔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혹 본문을 밝혀주는 반짝이는 많은 아이디어들을 많이 얻지 못한다 할지라도 이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본문에 대한 오독을 막을 수 있는 최상의 길이기 때문이다.
7. 석의 개요 작성
본문에 대한 분석이 끝나면 본문에 대한 종합이 필요하다. 본문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본문에 대한 개요를 만들고 본문 전체를 하나의 문장으로 종합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통하여 우리는 본문이 말하고자 하는 명제가 무엇인지 확이하게 되고 그 명제가 어떻게 배열되어 어떤 방법으로 설명되었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본문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나의 말로 설명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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