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경.삶
성서 연구를 방해하는 것들(3) 본문
성서연구를 방해하는 세 번째 요소는 자만심이다. 다시 말해 자신의 연구방법이나 결과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태도는 성서 연구를 제자리걸음하게 만든다. 그러나 성서 연구에 왕도는 없으며, 종착점도 없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성서 연구는 그 분야와 방법론에 따라 매우 다양하고 폭이 넓다. 본인이 얻고자 하는 결과에 맞춰 주제별로 연구할 수도 있으며, 책별로 연구할 수도 있다. 거시적(telescopic)으로 연구할 수도 있고, 미시적(microscopic)으로 연구할 수도 있다. 공시적으로 연구할 수도 있고, 통시적으로 연구할 수도 있다. 얻어지는 결과 또한 모범 답안처럼 하나의 진리만이 도출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저자와 원 독자에 대한 연구 또한 지리와 역사와 문화적 배경의 깊이를 더할수록 풍성하고 명확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 이유는 성서가 우리의 언어로 씌어 지지 않았고, 우리 시대의 역사가 아니며, 우리 문화의 산물도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에게 소개되고 있는 성서 연구방법론은 모두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엽적이며 부분적이다. 따라서 그것을 통해 얻어지는 내용 또한 지엽적이고 부분적이다. 심지어 성경 66권을 모두 책별로 연구하는 프로그램조차 여러 가지 제약으로 인해 피상적인데 그치기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방법론들은 나름대로의 성과를 약속하기 때문에 만족감을 준다. 그래서 자만심에 빠지게 되기도 쉽다. 마치 바가지 하나에 바닷물을 철철 넘치도록 퍼놓고 바다를 다 길어 올린 것과 같은 감상에 빠지게 되는 것이라고나 할까.
이런 현상을 피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연구 방법의 한계가 무엇이며,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분명 내가 하는 것과 다른 방법론에서 필요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둘째로, 단 한 번 단기간에 걸쳐 성서 연구를 끝내려고 하지 말고 일평생 꾸준히 반복적이고도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하려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료 수집과 연구 성과를 보관하는 자신만의 파일 혹은 노트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은 지속적으로 성서를 연구하는 사람이 얻게 되는 결과를 가리킬 때 꼭 맞는 속담이다. 셋째로, 어떤 방법으로든 성서연구를 일단 시작했으면 끝맺을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서 이 방법으로 조금 하다가 중단한 채 다른 방법으로 다시 시작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환자가 의사의 처방대로 약을 다 먹어보기도 전에 다른 의사에게서 또 다른 약을 처방받아 먹는 식이 되어 성서연구에 싫증을 느끼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평생 알아가는 것처럼 성서 연구도 평생의 작업임에 틀림없다. 그런 의미에서 사도 바울의 다음 표현은 모든 성서 연구가들의 귀감이 될 만하다.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빌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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