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경.삶

봉사하는 교회 본문

疎通 2 (with YHWH)/Grasping His Story

봉사하는 교회

에제르 2011. 1. 15. 16:14

예수는 하느님 통치를 순수한 종교적 통치로서 설교했다. 교회도 그리스도를 따라 하느님 통치를 순수한 종교적 통치로 설교한다면, 이것은 교회 자신을 위한 명령으로서 다음과 같은 의미가 된다.

이 마지막 시대에 교회는 결코 어떤 경우에도 종교정치적 신정(神政)체제로 등장할 수는 없다. 교회가 할 일은 영적 봉사(diakonia)다. 영적 · 현세적 권력의 제국(帝國)이 아니라 종의 모습으로 봉사의 나라가 될 은총을 받은 교회다. 즉, 인간을 섬겨 하느님을 섬기고 하느님을 섬겨 인간을 섬길 교회다.
그런데 어떻게 이 마지막 시대에 교회가 세속 권력을 장악 · 유지하고 정책적 계략과 음모를 꾸미는 그런 수단에 안주할 수 있는가!
어떻게 현세적 영달과 호사를 부리고, 좌지우지 높은 자리를 할당하며, 현세적 칭호와 훈장을 수여하려 할 수 있는가!
어떻게 현세의 재물과 돈과 황금을 필요 이상으로 비장하려 할 수 있는가!
어떻게 현세의 권력과 제휴하고, 세속의 결사 · 정당 ·  문화 기구나 경제적 · 사회적 압력 단체와 간단히 결합하며, 특정한 경제 · 사회 · 문화 · 정치 · 철학 · 이념 체계에 무비판적 · 무조건적으로 영합할 수 있는가!
어떻게 이들 세속의 권력과 체제를 교회 자신의 혁명적 메시지로써 저지 · 배격 · 질책하고 문제화 할 수 없으며, 필요하면 그때문에 저항과 공격을 받는 것도 불사할 수 없는가!
어떻게 고통, 멸시, 비방, 박해를 회피할 수 있는가!
어떻게 교회 밖에 있는 사람들을, 이해와 사랑으로 감싸 주고 도와 줄 이웃이라기보다는 미워하고 쳐부숴야 할 원수라고 볼 수 있는가!

이 마지막 시대에 자신이 인간에, 원수에, 세계에 대한 몰아적 봉사를 위하여 존재한다는 것을 간과하는 교회는 그 존엄성을, 타당성을, 존재가치를 잃는다. 그런 교회는 참으로 그리스도를 따르기를 포기하고 있는 교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능과 영광 중에" 도래할 것은 교회 자신이 아니라 하느님 통치임을 항상 의식하고 있는 교회는 자신이 작기 때문에 참으로 크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런 교회는, 권력과 영예를 추구하지 않을 때야말로 위대하다는 것을 알고, 극히 제한된  조건하에서만 이 세상의 권력의 동의와 지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며, 교회의 존재에 대한 세상의 태도는 무시, 천대요 잘해야 관용이 고작이며 불평, 불만, 저주가 일쑤라는 것을 알고, 교회의 활동에 대해서는 조소, 혐의,  경시와 방해가 예사임을 알며,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모든 통치를 초월하여 불가침한 것이 하느님의 통치임을 안다. 

그렇다 교회가 굳이 세속 권력을 그 힘으로 삼아야 한다면, 그런 교회는 세상 안에서 무력해지고 만다. 그러나 교회의 힘이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교회 자신의 십자가에 있다면, 교회의 약함이 교회의 강함이요, 교회는 두려움 없이 처음부터 보장되어 있는 부활의 승리를 의식하면서 제 길을 걸어갈 수 있다.

교회에는 생명을 버리면 어으리라는 약속이 주어져 있는 것이다.




[교회란 무엇인가 / 한스 큉 / 분도출판사 / p 77-7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