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경.삶

성경(구약)을 보는눈(7) 본문

疎通 2 (with YHWH)/Grasping His Story

성경(구약)을 보는눈(7)

에제르 2011. 3. 14. 14:25

성경(구약)을 보는 눈

김근주(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기독연구원 느헤미야)







   4.3. 성경의 문자적 읽기의 한계

      ㉠ 창조론과 진화론

           창세기 1-2장에 대한 문자적인 이해에 기반한 것이 창조론 혹은 창조과학이라고 할 수 있다. 창조론이 성경 본문에 대한 최대한의 존중에서 나왔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본문의 성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본문을 과학적 주장의 근거로 삼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 과학은 본문의 문자적 이해를 뒷받침할 때가 있지만, 정 반대를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 본문과 일치하는 것은 과학적 증거로 사용하고, 본문에 이반하는 것은 과학을 경시하는 것으로 결론내리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것은 지극히 아전인수적인 과학사용일 것이다. 창세기는 근본적으로 신학적이고 신앙적인 진술을 담고 있으며, 이러한 신앙적 진술을 고대의 세계관에 따라 진술되어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예) 시편 8:3; 시편 19:5-6 "해는 그의 신방에서 나오는 신랑과 같고 그의 길은 달리기 기뻐하는 장사 같아서 하늘 이 끝에서 저 끝까지 운행함이여" 라는 구절은 명백히 천동설을 알려 주고 있다. 그래서 중세까지의 교회는 천동설을 하나님의 진리라고 여겼다. 지동설이 제기되었을 때에 이를 심판한 이는 다름아닌 교회였다. 그러나 오늘날 지동설은 너무 당연한 과학적 사실이 되었고, 교회는 19편의 구절을 하나님이 이루신 피조 세계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시적 표현으로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다. 이렇게 교회가 과학적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는 꽤나 긴 시간이 걸렸다. 뉴턴의 중력법칙이 나오기 전까지 사람들은 하나님의 천사가 전체를 지탱하고 운행한다고 여겼다. 시편 104편의 표현들은 하나님께서 온 우주의 질서를 주관하고 계심을 명백히 보여준다. 그렇기에 행성간의 중력법칙이 행성의 움직임을 결정한다는 이론은 기독교 신앙을 위협한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몇 백 년이 지난 지금, 행성의 중력 법칙은 기독교인들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당대에는 괴학의 발견이 신앙을 해치는 것 같지만, 많은 경우 시간의 문제인 것이다.

        오늘날의 과학은 우주가 137억 년 전에 만들어 졌고, 지구는 46억 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것을 정설로 여기고 있다.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나이와 창조의 6일을 기계적으로 합산하여 지구의 나이를 6천 년 내지 만 년으로 보는 견해는 과학적 주장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 우주의 나이 문제와 더불어 기독교와 일반 과학의 첨예한 대립이 일어나는 부분은 생물의 진화라고 할 것이다. 과학에서 사용하는 진화라는 개념은 "생물들이 아주 긴 시간동안 시간적 흐름에 따라 덜 복잡한 생명체로부터 더 복잡한 생명체로 변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우종학).  즉, 시간에 따른 변화를 진화라고 부른다. 흔히 진화론을 주장하면 하나님을 부정하는 것처럼 여겨지는데, 이 부분은 좀 더 세밀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지구가 만 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46억 년 전에 만들어졌기에 기독교의 유신론은 틀렸고,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고 과학적 무신론자들이 주장한다. 여기에서 그들의 주장은 무엇이 문제인가? 위 주장의 전반부, 지구가 46억 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충분히 타당한 이야기다. 문제는 그 다음, 그렇기에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이야말로 과학과는 무관한 주장인 것이다. 전반부를 믿지만 하나님을 신뢰하는 과학자가 있는가 하면, 전반부를 믿으면서 하나님을 부정하는 무신론자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문제는 과학이 아니라, 과학적 무신론이다. 생물들이 수 억 년 전의 기간을 통해 자연선택이나 유전자변이 같은 과정을 통해 만들어 졌기에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마찬가지이다. 우주를 비롯한 생물들이 오랜 시간을 통해 변화되어 왔다는 것은 과학적인 주장이다. 그러나 그렇기에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부당한 주관적인 신념일 뿐이다. 곰곰히 따져보면, 과학적 무신론자들이나 창조론자들은 동일한 전제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성경에 대한 문자적 이해이다. 성경을 문자적으로 읽으면 지구 나이는 만 년 정도이다. 그렇기에 창조론자들은 성경이 맞기에 지구 나이가 만 년이라고 주장하고, 무신론자들은 지구 나이가 46억 년이기에 성경이 틀렸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즉, 과학적 무신론자들과 창조론자들은 동일한 전제 위에 서 있으며, 동일한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현상의 인과 관계는 하나님이 세상을 지으신 질서이다. 그러므로 자연현상의 인과 관계를 밝히는 것은 무신론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 오히려 하나님의 창조를 믿는 과학자들에 의한 과학적 탐구야말로 하나님의 창조 질서의 오묘함을 더욱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과학은 창조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를 빛나게 하고 깊이 깨닫고 음미하게 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싸워야 하는 것은 진화론과 과학이 아니다. 진화론과 과학이 주장하는 사실이 문제가 아니라, 그러한 사실에 근거한 그릇된 해석, 그것이 문제인 것이다. 과학을 두려워하는 것은 복음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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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예인교회(http://www.yein.org/)에서 지난 3월 6일 진행된 "성경강좌 - 성경의 올바른 사용" (김근주 교수)의 강의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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